나인(Nine. 2009) - 빈곤한 감독의 염장 질르기.

나인. Nine, 2009.

뮤지컬, 멜로/애정/로맨스 | 미국 | 118 분 | 개봉 2009.12.31
감독 롭 마샬
출연 다니엘 데이-루이스(귀도 콘티니), 마리온 꼬띨라르(루이사 콘티니), 니콜 키드먼(클라우디아)...

-적은 스포일러와 많은 횡설수설이 있습니다.
(횡설수설이 점점 강해지는 원인이 기억력이 아닐까 생각하며)

영화의 원작 페데리코 펠리니의 '8과1/2' 본 게 너무 오랜 전 일인가? 나인을 보면서 원작의 내용을 떠올리느라 고생을 좀 했다. 

그 이유가 내 저주받은 기억력 탓인지 아니면 원작에 대한 감흥이 적어 내 몸속에 남은 것이 적은 탓인지 모르겠다.  이 둘이 아니면 원작을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두 영화가 다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살 날이 많이 남은 나로서는 이 세 번째 이유가 정답이기를 바란다.

원작을 다시 챙겨보는 건 이런 나의 바램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제하기로 한다. 귀찮기도 하지만......

원작과 얼마나 다른지는 다른 기사들에서는 대충 이렇게 이야기들을 한다. 영화가 무비컬(이 용어는 별로 맘에 안든다.)로 무비컬이 다시 뮤지컬 영화로 넘어가면서 생기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음~맞는 말 같다. 

'무비컬'이 자꾸 거슬린다. 잠시 검색을 해본다. 

-> 무비컬:영화가 원작인 뮤지컬을 가르키는 신조어. 

그럼 뮤지컬 '나인'의 원작이 '8과 1/2'이고, 영화 '나인'의 원작은 엄밀히 따지면 뮤지컬 '나인'이지 영화 '8과 1/2'은 아니다. 
(그렇다면 나의 기억력은 아직 문제점이 노출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영화 만들기에 대한 영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윤성호감독의 영화 등등이 떠오른다. 우디알렌 감독의 영화도 있고 또 많이 있었던 것 같다. 
(여기서 내 기억력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만다.)

이런 영화 만들기에 대한 영화들에서 드러나는 창작자의 고민들. 좀 민망하긴 하지만 나 역시 비슷한 고민들을 알기에 키득거리며 수긍하곤 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귀도의 판타지에는 적잖이 실망했다.

단순 심플하게 말하면

 이탈리아의 국민감독의 판타지가 고작 MTV에서 볼 수 있는 정도라는 것에 동의하기 힘들다. 판타지, 혹은 그의 판타지일 가능성이 있는 무의식을 나타내는 장면들의 빈곤함이 감독의 창작력이 고갈된 것을 보여주려 한 것이라면 할 말이 없긴 하다. 

하지만 이 정도의 배우들에게 무대를 주고 시간과 자본을 들여 만들어낸 무대가 영화 속 감독이 이런 빈약한 상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라면 저 위 포스터에 씌여진 "전 세계를 사로잡을 지상 최대의 쇼"라는 문구 옆에 작게라도 '쇼의 본질은 사기다'라고 써주어야 공정한 거래다. 

영화 속 여인들에 대한 판타지로 설정된 무대가 왜 MTV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냐고 반문해본다. 

화려함, 성적인 매력. 이외의 것들을 찾지 못하겠다. MTV에서 나오는 뮤직비디오를 차례로 보고 하나의 통합된 의미 전달로 엮어낼 수 있는 능력이 나에게는 없다. 

문득 아마도 영화 속 감독 귀도의 실제 고민은 대규모의 여자배우들을 동원하자거나 자신이 원하는 배우와 작업하자고 제작자에게 말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롭 마샬 감독은 영화 속 감독에게 너무 잔인한 것 아닌가? 

니가 못하는 걸 난 하지롱~. 솔직히 롭마샬이 부럽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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